[일본애니] 중국풍의 판타지 십이국기(十二国記) The Twelve Kingdoms

열 두개의 나라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인 십이국기입니다. 오노 후유미의 소설이며 인기를 끌고 애니메이션화가 되었습니다. 십이국기는 한 등장인물이 주인공으로 특정되지 않고, 각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나옵니다. 첫 에피소드인 달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의 주인공은 일본 여고생에서 경국의 왕이 된 나카지마 요코, 두번째 에피소드인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의 주인공은 스핀오브격 소설 마성의 아이 주인공이기도 한 교국의 기린 타이키, 세번째 에피소드인 동의 해신 서의 창해의 주인공은 요코와 마찬가지로 지구 출신인 연국의 왕, 네번째 에피소드인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의 주인공은 다시 요코가 될 수 있겠네요. 이 에피소드에선 요코가 본격적으로 경국의 왕이 되어서 나라를 통치하고 안정 잡아가 보이는 요코의 왕다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이 이후에는 잘 보지 않아서 생략합니다. 주인공 요코의 비중이 줄어드니까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했거든요.
십이국기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십이국기의 독특한 세계관이었습니다. 지구와는 아예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이세계에, 허무한 바다라는 허해라 불리는 그 바다 위에 연꽃 모양의 12가지 국경선으로 나뉜 열 두 나라가 있습니다. 이 열 두 나라의 국경선은 한번도 어느 특정 나라가 커지거나 작아지거나 한 적 없이 계속 이어져 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실체를 충분히 열 두 나라를 포함한 대륙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으며 신은 각 나라의 사람들을 위해 신수인 기린을 내려주죠. 기린은 불로불사이며 왕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신수란 존재 입니다. 왕의 기운을 느낀 자를 선택하고 복종하며 결코 배신하는 일 따위 없이 충실한 신하가 됩니다. 하지만 선택한 왕이 그릇된 결정을 내리고 폭정을 일삼게 되면 하늘이 기린에게 벌을 내리고 시름시름 앓다가 결코 왕의 태도가 고쳐지지 않게 된다면 결국 죽게 됩니다. 불로불사이긴 하나 완벽한 불로불사는 아니라는 것이죠. 기린이 죽으면 그 기린의 왕 또한 따라서 죽게 됩니다. 왕도 원래는 불로불사가 되는 존재지만 결국엔 기린과 같이 완벽한 불로불사는 아닌 것입니다.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요. 선왕이 아닌 자를 구분하고 폭군이 된 왕을 이렇게 쉽게 처단 내릴 수 있다니, 때로는 절대적인 신이란 존재를 찾게 되는 게 이런 이유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착하고 선하게 다스리는 왕이 있다면 그 왕은 안정적인 영구된 집권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십이국기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오래된 치세가 680년인 것을 보면 역시 인간이란 그렇게 믿음직스러운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래 살다보면 변심이 될 수도 있고 여러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겠지요. 참고로 왕이 옥좌에 없으면 그 나라에 극심한 재해가 일어나고 요마와 같은 난폭한 괴수따위가 출몰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아무 왕이라도 좋으니, 심지어 폭군이라도, 옥좌에 왕이 일단 앉아 있어야 그 나라는 그나마 평화라도 유지하게 되는 것 입니다. 이는 초반 여주인공의 나라 경국에서 요코가 왕 자리에 앉기 전 상황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코의 기린인 케이키가 요코를 왕으로 앉히기 위해 직접 지구로 찾아왔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데려가 왕을 만들어 놓지요. 이것이 바로 첫번째 에피소드에 해당됩니다.
이 외에도 십이국기 세계관에는 여러 흥미로운 설정들이 많습니다. 왕은 직접 신하들을 신적이란 데에 이름을 적어 올림으로써 믿음직스러운 자신의 충직한 신하들 또한 본인과 같은 불로불사로 만들 수 있다던가, 왕은 아이를 가질 수 없지만 왕이 되기 전 만들었던 자식은 존재할 수 있다던가, 십이국기의 국민들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아이가 생기는 것이 아닌 나무에서 열매를 수확하여(…) 자식을 가질 수 있다던가 말이죠.

하나하나가 매력적인 설정을 가진 세계관임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느낍니다. 물론 이런 정의로운 법칙이 정해져있는 세계더라도 살기 쉽지는 않습니다. 비리도 있고 음모도 있고 불합리한 계층 구조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요. 멋진 세계임은 틀림없지만 어느 세상이든 어두운 이면은 있기 마련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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