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문신(刺青) Tanizaki Junichiro : The Tattooer
1910년에 발표된 단편소설인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문신'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본
작은 1911년 12월에 모미야마 서점에서 간행되어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으로, 이야기는 세상에 아직 우라고 하는 덕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모질지 않은 시대가 그려지며
시작됩니다. 또 그 시대인 에도 시대에 살고있는 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독특하고 괴짜스럽지만 유혹적인
선을 그리기로 유명한 문신사인 세이키치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런 세이키치의 오래된 숙원이 하나 있는데
그는 바로 광휘라는 것에 빛나는 아름다운 여인의 살에 자신의 예술적 혼을 불어넣는 일입니다. 그러나
에도라는 도시에 사는 아무리 아름답다고 널리 소문이 난 여자 중 그 누구도 세이키치의 혼을 불싸지르는 이는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후카가와에 있는 한 가게에서 세이키치는 그의 영혼을 타오르게 하는 새하얀 옥과도 같은 발을
가진 한 여인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는 그녀를 놓칠 수 없어 바로 가마를 타고 쫓아가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세이키치는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게 되고 그 순간 여자를 뮤즈로써 하나의 동경
대상으로 생각하던 마음은 그녀를 찾지 못하여 세월이 계속 흘러만 가자 어느덧 자신도 거부할 수 없는 격렬스런 사랑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렇게 1년 후 그는 그렇게 고대하던 그녀와 만나게 됩니다. 우연한 기회로 심부름을 오게 되었다던 그녀에게 세이키치는 말희와 비료란 제목의 그림 두 장을 보여주게 됩니다. 말희란 작품은 처형을 당하기 직전의 남성을 여성이 바라 보고 있는 작품이었으며, 비료라는 작품은 벚꽃아무에 기댄 여자 주변에 셀 수도 없는 남자의 시체들이 쌓여있는 것을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시체 따위의 그림을 여인의 감성으로써는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녀는 얼른 그림을 치워달라고 세이키치에게
요구 하며 몹시 두려워합니다. 세이키치는 그런 여자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인에게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의
미를 찾아내서 다른 모든 남성들이 숭배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완성시켜주겠다고 설득의 말을 내뱉습니다.
하지만 여인이 자신의 뜻을 결국 따라주지 않다 강제로 그녀를 마취시킵니다. 그러고는 그녀의
등에 커다란 발 여덟개를 가진 큰 거미의 문신을 자신의 온 정신을 다해 새기기 시작합니다. 이 문신을
다 그리고 난 세이키치는 마치 그녀의 등에 새겨진 거미의 문신이 살아 있기라도 한다는 마냥 그 등에 대고 몸을 움직입니다. 마취에서 깨어난 여인은 비로소 자신의 깊은 곳에 숨겨진 본성을 이제서야 깨달았다는 듯 전과는 다른 태도로 그의
행태를 차갑게 바라봅니다. 심지어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자신이 등에 새긴 문신을 보고싶다고 하는
세이키치의 말에 아무런 말없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호락하지요. 가만히 옷을 벗어 문신을 내보여주는
그녀의 등에 때를 맞춰 비춰져 오는 아침의 햇살이 내려 와 찬란한 빛으로 반짝이는 살갗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나게 됩니다.
작가는 본 작품을 계기로 일본의 탐미주의 계열의 거장이 됩니다. 문신은 그의 첫 작품인 탄생보다도 전에 이미 써놓은 것이라 작가가 언급했다고 하네요. 그런 그의 말대로 문신은 그의 작품중 가장 처녀작의 냄세가 나는 작품입니다.
문신은 여성의 내면에 깊게 숨어있는 마성과 마조히즘적 성향이 명확히 드러나 있으며 동경이란 감정을 품고 있는 여성 앞에서 자신의 위치가
순식간에 엎어지고 소위 여성우위라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흔치 않은 구조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문신이란
이야기 속의 여성은 남자라는 사회적으로는 자신보다 높게 취급되는 이의 위에서 군림하게 되어 아름다운 강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참고로 그의 전 작품이 얘기하고 있는 바가 여성에 대한 찬미, 숭배
등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언급하지 않은 미확인된 여성을 이야기 속에 등장시켜 나르시스트
성향의 작가 자신 스스로의 모습을 주인공인 세이키치에 투영했고 이를 통해 새디스트 적인 상황에서 얻는 병적인 쾌락을 얻는 과정을 설명하고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그의 작품세계에 일관되게 등장시키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세이키치라는 주인공의 이름이 언급되지만, 문신을 새긴 여성의 이름은 언급 조차 없고 그녀의 얼굴에 대한
묘사는 나오지 않습니다. 또 참고로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의 문신이 새겨진 등에 쬐여지는 아침의 햇살의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은 유미주의라는 특성답게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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